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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제2벤처붐, 응원하지만 많이 아쉽다.

by 회색연필 2019. 3. 7.

제2벤처붐(사진출처 : 연합뉴스)


제2벤처붐을 일으키겠다고 한다.

좋은 구호다.


중소기업이 많이 생길 것 같고,

청년 및 중장년층에서도 도전적인 창업이 많이 생길 것 같고,

그 중에 알리바바 같은 대박기업들이 두 세개는 생길 것 같다.

그러면 고용창출도 되고, 국가경제에 돈이 돌 것 같다.


... 라고 바란다.

하지만, 솔직히 바람대로 될 거라고 기대하진 않는다.

이번 정부를 응원한다. 하지만, 이런 건 답답하다.


세제혜택과 금융정책이 함께 나온 건 "창조경제" 때보다 낫다.

하지만, 여전히 산업과 현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이런 정책은 실패를 양산시켜 종사자들에게 부정경험을 축적시킨다.

'사업하면 100% 돈 잃는다. 차라리 건물 사는게 낫다.'

이런 인식이 팽배해진다.

정책이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사실 시장에 돈은 적지 않게 흘러다닌다.

어렵다고 하던 지난 정부 때도 그랬다.

수억원의 돈을 들고 투자처를 찾아다니는 분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성공하는 기업이 적다는거다.

1억 투자해서 10억 번다는 건 누군가 주식을 그렇게 샀다는 이야기다.

회사가 사면 M&A 이고, 여러 사람이 사면 IPO(기업상장)다.

성공한 기업이 적다는 건 이렇게 사주는 사람이 적다는거다.


IPO는 코스닥 시장이 무너진 후 거의 작동을 못하고 있다.

M&A시장은 주 구매자가 대기업인데 카카오나 네이버가 주인공들이다.

하지만 그들도 공격적으로 M&A 하진 않는다.

그걸 사서 만든 제품을 팔 시장이 없기 때문이다.


경제가 돌려면 두가지가 활발해야 한다.

"제조" 와 "판매"

SW산업도 마찬가지다.


창조경제 때는 "제조"쪽에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마땅한 금융정책이 없었다.

투자금 보다는 대부분 "갚아야 하는 돈"이 풀렸다.

시장이 불투명한 벤처에게 그런 돈은 부담이 된다.

망하면 신용불량자가 되어 재기가 불가능하다.

그러니 하다가 만다.


솔직히 문제는 "판매" 즉 시장이다.

규제를 풀어달라는 건 시장을 만들어 달라는 거다.

고도화된 시장 말고 정책으로 "터전"이라도 만들어 달라는 거다.

"쏘카" 이재웅 대표가 말한 건 이런 뜻이다.


하지만, 규제가 쉽게 풀릴 리 없다.

탄생한 이유가 있기 때문에 사회적 갈등이 불거진다.

타협하려면 시간이 걸리는데 벤처가 버티기에는 너무 길다.

규제에 기대는 건 비교적 거리가 멀다.


대상시장을 넓히는 게 맞다.

그런데 시장을 정부가 직접 넓힐 수는 없다.

하지만, 외교와 정책을 통해 간접적으로 할 수는 있다.

예를 들면 구매자를 데려오는데는 두가지가 있다.


첫번째는 해외 투자가를 데려오는 거다. 

직접 투자도 좋고, 국내기관을 통한 투자도 좋다.

해외 투자자 유치는 회사를 해외에 판매하는 효과가 있다.

돈만 지원할 수도 있고, 회사를 사갈 수도 있다.


두번째는 IT분야의 해외수출지원 정책을 쓰는 거다.

무식하게 SW개발자를 수출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사물인터넷 하고 싶어도, 국내에서 금형찍을 곳 찾기 힘들다.

보드 구워주는 곳도 없다.

양산단가는 중국에 비해 엄청나게 높다.

간단한 일 하다 보면 몇 개월이 훅하고 날아간다.

제품 하나 만드는 데 2년씩 걸린다.


설사 사물인터넷 기기를 만들어도 딜러 찾는 게 일이다. 

동남아나 유럽 쪽은 시장정보가 전무하다.

구글링도 어려워 물어물어 유학생을 찾는다.

사실 요즘은 그런 곳 찾기도 어렵다.


앱스토어 통해서 해외 판매가 되면 세금이라도 깎아주자.

게임이라면 심사비용이라도 줄여줘라.


혹시 해외법인을 낸다면 국가간 안전장치가 있었으면 좋겠다.

법인설립절차도 모르겠다.

혹시 현장전문가를 찾아도 믿을만한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정부가 나서 준다면 쉬워질 일이 수두룩히 쌓여 있다.


생각보다 "판매"로 가는 길은 멀다.

분명 창업을 위한 금융, 기술인프라가 있으면 좋다.

하지만, 창업시장을 돌아다녀보니 팔 곳이 막막해서 망하는 기업들이 많다.

심지어 기획자나 사업담당자가 시장까지 가보지도 못하고 망한다.


지난 정부 때 "한국형 유튜브"를 만든다는 이야기를 듣고 암담했다.

그건 정부가 기업처럼 장사를 하겠다는 뜻이다.

SI 업체가 '이런 거 한 번 만들어보시죠. 제가 만들어드릴께요.' 이렇게 말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걸 넙죽 받는 건 정부 담당자의 자질문제다.


민간업체야 생존 때문에 "대동강물"이라도 팔겠다는 거지만,

공기업은 "공익성, 시장파급성, 지속가능성" 등을 전혀 안 따져봤다는 거다.

제발 그렇게 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치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 아니다.

다만 IT, 특히 SW하는 여건이 좋아지면 좋겠다.

그런 면에서 정부가 이야기하는 것에 깊은 관심이 있다.


하지만, 이번 발표를 보고 느낀 건 "산업전략의 부재"였다.

분명 실무진에서 안을 작성했을텐데 '이렇게나 사람이 없다.' 그런 생각이 든다. 

아니면, 너무 훌륭하신 분들만 모아서 그런가 보다 싶다.

현장이야기는 안하고 훌륭한 이야기만 하셨을 듯.


결론을 요약하면 이렇다.

IT업계는 여전히 알아서 자생해야 한다.

다만, 창업환경이 조금 더 좋아질 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큰 기대를 하면 망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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