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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준비

사업분석 : 유통업의 본질은 무엇일까?

by 회색연필 2022. 12. 15.

유통은 대기업 비즈니스다.
수수료 비즈니스는 물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돈이 안된다.

그런데 11번가를 만들겠다고 찾아온 친구가 있었다.
호기로운 친구였다.
다만 이런 시장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었다.
우리가 보는 11번가 페이지가 전부라고 생각했다.

음, 사실 11번가 서비스와 11번가 사업은 많이 다르다.
Buyer, Customer 서비스만큼 Seller 의 세계도 복잡하다.
Seller 까지 이어진 서비스를 완성해야 오픈마켓이 완성된다.

즉, "업의 본질"에 대한 고민이 없으면 엉뚱한 것만 개발하게 된다.
운 때가 좋으면 대박이 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성공하지 못한다.

사업을 구상하기 위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가르쳐주는 곳이 없다.
어떻게 접근해 들어가는지 간단히 정리해본다.

"모닝글로리" 공장에서 "색연필"을 만들고 그걸 판매하는 시나리오를 생각해보자.

제조사

출처 : 담덕의 경영학 노트 (https://mbanote2.tistory.com/)

공장 판매가 1,000원짜리 제품이 있다.

2명이서 만든다고 치자.
월급 250만원이면 한 달에 500 만원을 벌어야 한다.
회사 제경비를 포함하면 1.5배는 더 벌어야 한다.
500 x 1.5 = 750만원.

재료비 등 원가를 50%로 보자.
500 x 0.5 = 250만원.
그러면 한달에 1,000만원을 벌어야 겨우 현상유지가 된다.

몇개를 팔아야 할까?
매달 1만개를 팔아야 1,000만원을 만들 수 있다.

색연필은 초등학교 앞 문구점에서 판다.
한 개의 학교 앞에서 과연 1만개가 팔릴까?

이번 달에 팔고 나면, 다음달에도 1만개가 팔릴까?
아니다. 요즘은 한 학년 인원수가 200명 정도다.
1,2,3학년 전부다 "색연필"수업을 해도, 1,000개 팔기 어렵다.

여기서 제조사는 숙제가 하나 생긴다.
어떻게 매달 1만개를 팔 것인가?

제조회사, 유통회사

A 라는 유통회사가 있다.
매달 3,000개씩 꾸준히 사주고 있다.
3년 거래해왔고 자본금도 튼튼하다.

B 라는 회사가 있다.
새로 생긴지 6개월 정도 된 회사이다.
이번달에 1만개를 사가겠다고 한다.
다음 달에도 사갈지는 모르겠다.

이제 결정해보자.
나는 누구한테 팔 것인가?

많은 회사들은 대부분 A 회사를 선택한다.
A 회사를 먼저 챙기고 남는 걸 B회사에게 판다.
오늘만 끝이 아니라 지속력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A 회사도 망할 수 있다.
A 회사 재무사정까지 알 순 없지만, 그 정도는 믿어준다.

그래서 이런 도매 거래는 무조건 현금빵이다.
돈을 떼먹지 않는다는 신뢰가 생겨야 어음을 받는다.

유통회사

이 제품은 초등학교 문구점에서 한 학기에 100개 정도 팔리는 제품이다.
A 회사는 매달 3,000개씩 팔아야 한다.
여기선 한 학기를 6개월로 본다.
반기에 18,000개를 팔아야 한다.

문구점을 몇개 정도 확보해야 할까?
180 개 정도를 확보해야 한다.
서울시내 초등학교 수가 600개 정도 된다.
30% 정도를 독점해야 하는거다.
영업맨을 늘려 문구점 영업을 한다.

A 회사도 이 물건을 다 팔아야 돈을 받는다.
한두달 안에 이 제품을 모두 처분해야 하는거다.

유통회사의 목표는, 제조회사에서 받은 제품을 소매점까지 뿌리는 거다.
이 돈을 받아야 직원 월급도 주고, 제조회사에게 돈을 줄 수도 있다.
그래야 월급을 벌 수 있다.
이걸 "밀어내기한다"라고 한다.

복잡한 이야기

현실계로 들어오면 이 상황은 더 복잡해진다.
돈 들어오는 일정도 맞지 않고, 제품수급 일정도 맞지 않는다.
문구점 상황도 각양각색이다.
100명의 고객에는 100개의 고민이 붙어있다.

그래서, 고객수에 단순비례하여 직원수를 늘려가면, 고정비는 높아지고 생산성은 악화된다.

유통업의 본질?

유통이란 생산지에서 소비자까지의 거리를 잇는 모든 활동이다.
이 비용을 Delivery cost 라고도 하고, Shipping Cost 라고 하기도 한다.

이 유통은 왜 발생할까?
생산은 짧은 시간 내에 대량으로 이루어지는 반면, 소비는 긴 시간에 걸쳐 소량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불균형을 해소하는 가장 흔한 방법은, 대량판매, 즉 밀어내기다.
팔지 못하는 재고부담을 제조업체에서 도매업체로, 도매업체에서 소매업체로 떠넘기는거다.
유통업의 본질은 Risk 떠넘기기다.

그래서 유통업자를 늘린다.
유통업자가 많아지면 손실위험이 잘게 쪼개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통업자들은 손실위험을 메꾸기 위해 Shipping Cost 를 높인다.
그래서 소비자 가격이 높아진다.
가격이 높아지면 잘 팔리지 않는다.

즉, 유통의 복잡도는 이 중간 어디쯤엔가 형성이 된다.

핵심 Pain point

생산자의 Pain point 는 "판매가 충분하게 지속적으로 발생하지 않는 것"이다.
소비자의 Pain pioint 는 "기대보다 비싼 가격"이다.

여기서 Pain 의 크기는 생산자가 더 크다.
소비자는 대체제가 많지만, 생산자는 대체시장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소비자가 느끼는 가격한계는 유통마진의 폭을 제한한다.
부등식으로 환산하면 이렇다.

구매가격 한계 > 소비자 가격 > (SUM (유통마진+유통원가) + 공장판매가) > 공장판매가 > (제조원가 + 생산마진) > 재료비

문제는 생산마진이 무너지는 경우다.
유통업자들은 자기 마진을 보호하기 위해 공장 판매가를 무너뜨린다.
극도로 딜을 하면서 생산마진 제로까지 밀어붙이기도 한다.
1만개 사줄테니 기존 판매가의 50%에 달라고 밀어붙인다.

간혹 현금이 급한 제조업체는 딜에 응하기도 한다.
하지만, 생산마진이 무너지면 제조업체는 무너진다.

사업기회

생산자의 Pain point 를 낮추고, 소비자의 Pain point 도 낮추는 방법이 있을까?
이 사이에 IT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있을까?

있다 !!!
(1) 생산자가 소비자에게 직거래로 판매할 수 있다면 ...
(2) 그 판매량이 충분히 매월 유입된다면
이 문제가 해결될 것이다.

그렇게 나온 것이 "오픈마켓"이다.
"앗, 그런데 오픈마켓은 이미 있지 않나요?"
맞다.
이 이야기는 이미 지난 이야기를 자세하게 하고 있는거다.
그래야 이해하기 쉬울 것 같아서다.

"오픈마켓"은 유통업의 본질인 Risk 떠넘기기를 부정하고 새판을 짠거다.
이걸 "파괴적 혁신"이라고 한다.

그런데 "파괴적 혁신"이 가능해진 이유는 뭘까?
컴퓨터와 네트워크가 그 일을 가능하게 해준거다.

대부분의 B2B 형 서비스 = 진통제형 서비스는 이렇게까지 고민된 후에야 진행된다.
그래야 시장을 만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B2B 서비스는 존재하지 않는 고객을 상상해서 풀지 않는다.

현실

보고용 버전까진 아니더라도, 머리 속에 이 정도는 정리되어 있어야 한다.

현실은 변칙과 변형이 더 많다.
현장은 더 복잡한 문제로 얽혀 있고, 아직 풀지 못한 것이 많다.

그런 문제를 잘 풀면 돈이 될 것 같은데, 어떻게 하면 그 문제를 알 수 있을까?
외부에선 알 수 없다. 절대 절대 알 수 없다.
감성적이고 습관, 문화적인 문제까지 함께 섞여있기 때문이다.
이성으로 추론하는 영역이 아니다.

IT 비즈니스를 만든다는 건, 이런 해답을 먼저 찾고 그걸 IT로 푸는 것이다.
그런데 몇마디 줏어듣는 걸로는 사업기회를 포착하기 힘들다.

풀고 싶은 현장이 있다면, 그 현장을 경험해보아야 한다.
언제까지?
해답이 내 마음 속에 생길 때까지 !
해답이 내 창업동기를 일깨울 때까지 !


"그런데, 저는 개발자인데요."
"그렇게까지 안해보고 유통IT를 할 수 없나요?"

물론 꼭 내가 할 필요는 없다.
우리팀에 그런 사람이 있으면 된다.

문제는 그 사람이 주변인이면 안된다.
그 사람이 우리팀의 핵심멤버이어야 하고 생사를 함께 해야 한다.
그래야 올바로 노력하기 때문이다.

기타

응용으로 "배달의 민족"도 생각해보자.
"쿠팡"도 생각해보자.
유통업이 꽤 변형된 버전들이다.

다음 번엔 다른 산업에 대해 추가해보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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