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잡담

제로페이 잘 될까. 솔직히 걱정된다.

by 회색연필 2018. 12. 20.

카드 단말기(사진 @Pixabay)



제로페이.

소상공인들의 수수료를 없애주겠다는 거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모르는 사람을 위해 설명을 해보자.


현재 구조

사용자가 카드로 1만원을 결제한다.

그런데 수익을 판매자가 다 먹지 못한다. 

카드사가 약 2% 정도를 떼어간다.

(상황별로 수수료율이 다르다.)


이 수수료는 카드사가 "징수대행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받는거다.

소비자 연체위험까지 책임지니까 아마 적당하다 볼 수도 있겠다.


그런데 소비자가 어떤 카드로 결재할지는 모른다.

그래서 어떤 카드로 결제하더라도 가능하도록 중개회사가 생겼다.

VAN사다. (Value Added Network)

VAN사는 카드사에게 혜택을 주는 거라 카드사 수수료의 10%를 먹는다.


그리고, 카드결제가 되려면 카드 단말기가 있어야 한다.

요즘은 POS 통합형이다. 어떤 건 키오스크로 운영된다.

보통 100만원 가까이 되어서 점포주가 사거나 임대를 한다.

이 스토리도 기니까 일단 넘어가자.


아, 인터넷쇼핑몰은 결제단말기 대신 ActiveX를 제공한다.

이런 회사를 PG사(Payment Gateway)라고 한다. 


정리하면 결제는 PG사/POS사-VAN-카드회사로 이어지는 3단계 구조다.

단계별로 여러 업체가 경쟁하면서 수수료를 나눠먹는 구조다.

그래서 이 문제는 정부에서 개입하기가 쉽지 않다.


점포주에게 "카드결제수수료"란.

카드사는 점포주에게 계륵같은 존재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1.9 %정도를 꼬박꼬박 떼어간다.

수익이 아니라 매출의 일부를 떼어간다.


월매출 1억원이라면 190만원이다.

실수령액이 200만원인 편의점주라면 큰 돈이 아닐 수 없다.


점포주에게 "카드 수수료"는 정말 아까운 돈이다.

물론 내야 하는 이용료라는 건 안다.

하지만 한달 꼬박 일해서 남은 돈과 비교하면 상대적 박탈감이 클 수 밖에 없다.

영세한 사업자일수록 더욱 그렇다.


제로페이란

QR 코드를 찍어 현금이체를 하는 거다.

중국에서는 이미 널리 사용하고 있다.

제로페이의 경우 점포 QR코드를 찍어 돈을 송금하면 된다.

아니면 사용자 QR을 바코드리더기로 읽어도 된다.


QR코드 송금기능은 은행 앱이나 네이버페이 앱 등이 넣어주기로 했다.

굳이 별도 앱을 깔 필요가 없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


'아니, QR 코드를 찍어 현금이체를 하다니. 이렇게 편할 수가 !!! '


글쎄? 우리에겐 이미 카드가 있다.

중국에서 QR코드가 발달한 건 신용카드 개설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땅덩어리가 넓어서 잠적해버리면 찾을 수가 없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오래전에 신용카드 사회가 되었다.


점포주가 혜택을 보려면 "QR코드 송금"이 충분히 많아야만 한다.

즉 내가 카드를 쓰지 않고도 QR코드 이체를 써야 한다.

소득공제를 40% 해준다고 하니 고맙기는 하다.

카드를 잊고 외출했을 땐 요긴할 것 같다.

하지만, 굳이 왜? 

이런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왜 이런 걸 만들었을까?

결제수수료가 제로라는 것은 분명 소상공인들에게 매력적인 단어로 들린다.

하지만, 왜 만들었을까? 솔직히 궁금하다.


소비자 입장에선 굳이 QR코드를 써야 하는 상황이라면, 현금이 더 편하다.

카드, 현금이 여의치 않은 경우에만 사용된다면 사실 유명무실한 시스템이 된다.

운영사로서는 수익이 없어 시스템 운영이 어려워진다.

은행과 플랫폼 입장에선 수익성 없이 비용만 발생한다.

동기가 약하니 제로페이의 수명도 길지 않을 것이다.


이해는 한다.

아마 카드회사를 압박하는데는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공공이 나서서 대안을 만든 거겠지.

의도와 시도는 좋았다고 본다.

하지만 꼭 공공이 해야만 했는지는 모르겠다.

파급과 실현효과도 충분히 고려된 것 같지는 않다.


수수료가 낮아지면 소비자도 혜택을 봐야 한다.

판매가격이 낮아져야 하는데 과연 그럴지 모르겠다.


이제 시작하는 상황이니 덕담을 하고 싶다.

하지만,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너무 공공틱하게 핵심을 피해서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잘 했으면 좋겠다.


FIN.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