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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사업기획

우리나라는 실리콘밸리가 아니다.

by 반포한강공원 2019. 1. 26.


스타트업 초보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페이스북"과 "트위터"에서 본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게 "실리콘밸리" 라는 거다.

킥스타터도 미국 것이고, 넷플릭스도 스냅챗도 미국 것이다.

요즘은 이야기 소재가 넷플릭스로 넘어가는 느낌이다.


만일 실리콘밸리에서 스탠포드졸업생으로 창업하는 경우라면 매우 도움이 되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니다.


먼저 시장이 다르다.

미국의 인구수는 3억명이다.

내수만으로 효과적인 순환경제를 이룰 수 있는 인구수가 1.2억명이라고 한다.

그리고 광고, 컨텐츠 사업이 유효한 최소 가입자수는 약 1천만명이라고 한다.


3억명이면 굉장히 큰 시장이다.

영어가 국제공용어라 미국시장에서 검증되면 그냥 세계시장으로 나간다.

실제 유효시장은 훨씬 더 큰 것이다.

상승세를 한 번 타면 가입자 1천만명 정도까지는 쉽게 모인다.


그러니 실리콘밸리에는 돈이 몰린다.

모인 사람이 돈이 되기 때문이다.

2018년 1,600여개 업체를 대상으로 1분기에만 30조원이 투자되었다.

반면 우리나라는 2018년 상반기 동안 32개 업체에 1,280억원이 투자되었다.


자금력과 시장의 한계는 현실적으로 초기 고객수를 제한한다.

3억명 중에서 1천만명을 모으는 것과, 5천만명 중에서 1천만명을 모으는 건 게임이 완전히 다르다.

실리콘밸리에선 단 한번의 상승세로도 1천만 사용자까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두세번의 상승세로도 백만 사용자를 확보하기 힘들다.

앱과 자금력이 좋더라도 말이다.


카피하면 "로컬사업자"가 아니라, "신규진입한 꼴지 사업자"가 되어버린다.

해외로 나가려면 영어작업과 함께 Time Zone 작업도 해야 한다.

글로벌 콜센터를 운영할 수 있는 값싼 인프라도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쉽지 않다.

그러니 실리콘밸리를 흉내 내도 실패한다.


오프라인 사업은 물리적 거리가 진입장벽이 된다.

그래서 "옐로페이지"(미국)를 "벼룩시장"으로 만들면 성공했다.

적어도 한국에선 먹고 살 수 있었다.


하지만, 온라인 사업은 아니다.

"유튜브"를 "네이버TV"로 만들어도 성공하지 못한다.

시청자와 크리에이터가 같기 때문이다.

"네이버TV"를 만드는 순간 "유튜브"와 경쟁해야 한다.


컨텐츠 비즈니스에선 쌓인 시간 자체가 진입장벽이다.

시스템의 성숙도도 다르고, 컨텐츠의 양도 차이난다.

"유튜브"는 14년이나 흐른 시스템이다. 

그 갭을 "한글" 하나만으로 메꿀 수는 없다.


넷플릭스를 보자. 그 모델을 카피한게 POOQ 이다.

물론 우리나라에 맞게 사업모델을 많이 바꾸었다.

이젠 8년이 넘어 가입자가 400만명이고 유료가입자가 70만명이다.

그런데 2017년 매출이 550억원에 영업이익이 6억 밖에 안된다.

2년간이나 30억원이 넘는 적자를 보고서도 말이다.


옛날에 실리콘밸리의 유명앱을 흉내낸 적이 있었다.

독특한 색깔이 있어 꽤 많은 인기를 얻고 국내의 화제가 되었다.

그래서 금방 대박날 줄 알았다.

하지만, 가입자 수가 100만명을 넘지 못했다.

100만명이 천장이었다.

그 인기앱이 1,200만명에 머무르는 동안 말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100만명은 광고수익을 올리기엔 힘없는 숫자다.

컨텐츠 비즈니스로 피봇팅이 필요했지만 그게 쉽게 될리 없다.


요약하자면,

실리콘밸리.

성공사례를 먼나라에서 배워오는 건 좋다.

하지만 그 배움을 잘 이해하고 소화하지 못하면 체한다.

주변사례를 돌아보면 카피하는 건 대부분 실패했다.


성공모델을 카피할 생각이라면 시장조사부터 먼저하자.

그 서비스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는 건 입증되었다.

하지만, 우리 시장에 얼마나 있을지 증명된 건 아니다.


"넷플릭스가 1억명이 넘었어. 비슷한 걸 하면 우리나라에서도 대박이 날거야."


물론 맞는 이야기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질문에 묶여 있으면 안된다.

그 다음에 이런 질문을 해야 한다.


"우리나라 시장수요는 얼마나 될까?"

"어디서 부터 공략해야 할까?"

"처음에는 얼마나 벌 수 있을까?"

"그래서 몇 명 데리고 일해야 할까?"

"무엇부터 개발해야 할까?"

"그래서 내가 어떻게 해야 하지?"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사업일까?"

"내 주변에 이 일을 함께 할 사람이 있나?"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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