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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이 되면 좋을 것 같아?

category 스타트업/IT경영 2018. 12. 27. 18:15

사장이 되면 좋을 것 같아(사진 @Pixabay)



한동안 소프트웨어 교육사업을 하고 싶었다.

사람을 가르치는게 좋기도 하고, 공부하는 것도 적성에 맞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요즘에는 개발자 구하기가 너무 어렵다.

신입개발자들은 정말 코딩만 배울뿐 일하는 법은 배우지 않는다.

그래서 개발자와 CEO사이의 간격이 너무 멀다.

개발자를 구한다고 해도 일이 잘 되지 않는다.


창업시장에서 좋은 신입개발자를 양성한다면, 좋은 기회가 있다고 생각했다.

명분과 실리 모두 챙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정말 그렇게 생각했다. 


"명분"이 좋으면 타인에게 사업을 소개하기 좋다. 

투자유치와 직원채용에 큰 도움이 된다. 

"실리"는 창업초기의 자금흐름을 안정화시켜준다. 

사업을 고려할 때 챙겨야할 두가지가 만족된 셈이다.

그래서 한동안 이 사업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시장조사와 현장조사를 해보고는 실망할 수 밖에 없었다.


이 비즈니스를 하려면 교육장이 있어야 했다. 

접근성을 고려하면 월세가 적지 않았다. 

당장 첫달부터 수익을 내야 했다.


강사진을 꾸미는 것은 다행히 어렵지 않았다. 

도와주겠다는 지인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운영수익이 나려면 한 커리큘럼이 적어도 1년 이상 지속되어야 했다. 

그런데, 트렌디한 교육은 1년이 지나면 시들해진다. 

셈을 해보니 준비한 강의의 40% 정도를 매년 바꾸어야 했다.


모객은 더 어려웠다. 

고정수익을 확보하려면 회사와 고정계약을 해야 한다. 

그러려면 강의패키지를 꾸며서 교육담당자들에게 세일즈를 해야 한다. 


아니면 정부교육과정을 수주할 필요도 있었다.

그러려면 아무래도 영업능력이 중요했고 많이 필요했다.


경쟁환경은 더욱 치열했다.

삼성멀티캠퍼스, 비트컴퓨터 등이 여전히 공고한 아성을 구축하고 있었다. 

그 틈새를 뚫고 들어가려면 새로운 아이디어와 참신한 전략이 필요한데 그런 재능은 나에게 없었다.

더 절망적인건 그렇게 치열하게 10년을 보내도 안정적인 궤도에 올라갈 것 같지 않았다.


미래를 낙관할 수 없다면, 투자유치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빚을 내서 회사 운영자금으로 써야 한다. 악순환이다.

뻔히 보이는 사업시나리오였다. 


나는 사람을 가르치고 좋은 사람을 길러내는 것에서 보람을 얻고 싶었다. 

하지만 사업으로 접근해 보니 내용이 완전히 달랐다. 

강사를 구하고 커리큘럼은 만들고 교육담당자들을 만나야했다. 

현금흐름을 맞추기 위해 쉴새없이 돈을 구하러 다녀야만 한다. 

하지만, 나는 그런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CEO란 자신의 에너지를 절반 이상 투자가나 고객에게 할애해야 하는 직업이다. 

본업보다는 기타 업무에 시간을 많이 쓰기 때문에 “기타능력자”로 취급받기도 한다.

회사를 경영한다는 건 좋은 선생님이나 선배가 되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


그러니 창업 전에 내가 사장이 되고 싶은 건지, 좋은 서비스를 만들고 싶은 건지 충분히 고민해보는 게 좋다. 

만일 좋은 개발자가 되거나 기획자가 되고 싶은 거라면 그냥 좋은CEO를 만나는 게 훨씬 더 좋다.


이미 창업을 했는데 경영에 자신이 없다면 난감하다.

적당한 시기에 회사를 팔거나 전문경영인을 영입해야 한다.

경영은 넘기고 비즈니스는 계속 할 수도 있다.

인스타그램의 케빈시스트롬이 그렇게 했다.


창업할 땐 공동창업자도 CEO를 직업사장으로 바라보는 게 좋다. 

그렇지 않으면 실망이 커지고, 갈등이 생기게 된다. 

“네가 하는 일이 뭔데?” 이런 말을 하게 된다.

“기타 능력자”의 일은 눈에 잘 띄지 않기 때문이다.


결론. 나는 사장이 되고 싶진 않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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