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관성
후배랑 오랜만에 수다를 떨었다.
그런데 계속 옛날 이야기다.
"OO회사 OOO가 어떻고 저떻고"
나 : 이제 그 회사랑 일할 기회가 없잖아?
후 : 글쵸, 그렇긴 하죠.
나 : 그럼 이제 다른 이야기 하자.
관성이란 게 있다.
회사를 그만 두었는데 아직도 그 회사 생각에 휩싸여 있는거다.
하지만, 퇴직했다면 얼른 그 회사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새로운 일을 찾을 수 없다.
(1) 업무 집착형
"그 때 그 일을 이렇게 하는 게 옳았는데 저렇게 처리했어.
그 결정이 잘못된거라고 아직도 생각해.
그걸 아직도 바로 잡고 싶어."
▶ 지나가 버린 시간에 집착한다.
그 시간에 갖혀서 자꾸 나 자신이 옳았음을 증명하려 한다.
하지만, 이미 지나 버린 일이다.
바꿀 수도 없고 바뀌어지지도 않는다.
회사를 나오면 이젠 "관계없는 사람"이 된다.
책임도 권리도 없어진다.
바로 잡고 싶은 욕심은 안다.
억울했음도 안다.
하지만, 바꿀 수 있는 건 없다.
얼른 잊어버리고 새로 뛰자.
잠시 억울해하는 걸로 나를 위로 하자.
(2) 사람 집착형
"그 고객이랑 항상 사이가 나빴지.
사사건건 대립하다보니 이젠 정말 미워.
걔, 이번에 OOO 도 했잖아." (험담)
▶ 당신이 옳고 그 사람이 틀렸을 수 있다.
그 사람 욕을 실컷하자.
그리곤 이제 잊어버리자.
아무에게나 그 사람 험담을 하지 말자.
험담 좋아하는 사람으로 비춰질 수 있다.
사람들은 험담 많이 하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나를 험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도 실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도 완벽하지 않기 때문이다.
같이 해볼까 하다가 생각을 바꾸게 된다.
눈 앞까지 왔던 기회가 사라진다.
(3) 기술 집착형
100 억짜리 프로젝트였어.
정말 난장판이었지.
설계가 완전히 잘못 되었어.
이렇게 하는 게 맞았어.
그래서 그 때 그 플랫폼을 다시 만들어 보고 있어.
▶ 이제 혼자다.
그리고 100억도 없다.
아쉬운 감정과 함께 상자에 넣어두자.
한풀이용으로 찍접거려보는 건 좋지만,
100억짜리 플랫폼을 혼자 만들 수 없다.
내가 옳았더라도 이제는 그걸 증명할 수 없다.
그리고 증명한들, 그게 나의 행복과 안녕을 약속하지 않는다.
(4) 대기업 임원형
대기업 임원으로 퇴직했어.
큰 그림을 그렸지.
1억짜리 그림?
너무 작잖아. 돈이 되겠어?
▶ 이제 혼자다.
100명 짜리 프로젝트를 기획할 수는 있다.
실행할 수는 없다.
100명 짜리 월급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실행할 수 없다면 결과물도 없다.
임원 마인드는 대기업 임원일 때 유효하다.
반도체 사업하는 법과, 중국집 하는 법은 다르다.
환경이 변했다.
받아들이자.
잠깐 헤맬 순 있어도, 계속 그러고 있으면 안된다.
워커홀릭
워커홀릭일수록 이런 관성이 더 심하다.
일을 잘해서 조직에서 존경받았던 사람일수록,
인정받아서 승승장구했던 사람일수록,
이런 관성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오랫동안 나를 성장시킨 성공경험들이기 때문이다.
나를 존재하게 만든 믿음이기 때문이다.
이런 관성이 사라지면 내 존재감이 사라진다.
쉽게 놓칠 수 없다.
무엇이 잘못된 걸까?
내 삶이 아니라 회사의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삶이 없었기 때문이다.
회사에선 만렙이었을지라도, 내 삶에선 쪼렙이었기 때문이다.
주인의식을 가진 직장인.
아주 좋은 직장인의 덕목이다.
조직의 인정, 높은 연봉을 약속받을 수 있다.
하지만, 거기까지만 하자.
주인처럼 일하라는 거지, 주인이 되라는 게 아니다.
주인이 싫어한다.
요약
자기 인생을 살자.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면,
지금부터 그 생각을 해봐야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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