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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사업기획

인터넷서비스, 2.0을 만들기 어려운 이유

by 반포한강공원 2018. 5. 6.

두번째 성장(사진. Pixabay)



▶ 기사 링크 : [NDC 18] ‘모두가 망했다고 했다’, 쿠키런 오븐브레이크의 이유있는 역주행


NDC에서 쿠키런에 대한 기사가 나왔다. 

요약하자면, 오픈빨 이후 떨어지는 지표를 1년 반들여서 반등시키고, 돈도 벌고 있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시즌2"에 성공했다는 뜻이다.


이건 CEO입장에서 굉장한 사건이다. 

시즌2에 성공했다는 것은 시즌3도 성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성공하는 방법을 조직이 익혔고, 그것을 반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조직이 스스로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 과정을 잘 모르는 분들이 많다. 

개인적인 경험을 빌어 생각해 볼 것들을 정리해 보았다.


시즌1은 왜 성장하지 못할까?

사람들은 뭔가 굉장한 걸 만들면, 단 번에 천만명이 가입할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인터넷 서비스나 게임도 제품이다. 세상에 없던 것을 추구한다. 

재미가 있지만, 서툴게 만들어진다. 그래서 낯설기도 하다. 

시간이 지나면 "이게 불편하고, 저것도 불편하네."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다 지운다. 게임을 잘못 만들어서 그런게 아니다. 새롭기 때문이다. 

호기심을 자극하지만, 익숙하지 않기도 하다.


사용자는 계산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다양하기 때문이다. 

매니아들은 좋아할 수 있지만, 보통 사람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단 한 번의 오픈으로는 승부가 나지 않는다.


시즌2는 과학이다.

그래서, 사용자 불편을 인지하고 전략에 맞추어 기능을 하나씩 내어 놓는 것. 

그리고, 사용자가 쓸 수 있게 알려 주는 것. 그런 것이 중요해진다.


좋은 변화라면 사용자는 이런 마음이 든다. 

"어, 지난번에 불편하던게 바뀌었네. 좀 더 써볼까?" 

그리곤 좀 더 깊게 빠져든다. 주변에 칭찬한다. 새로운 사용자도 재미있어 한다. 

즉, 좋은 변화가 좋은 경험을 이끈다. 

사람들은 좋은 경험을 더 빨리 하려고 돈을 쓰기도 한다. 

시즌2는 이런 형태의 과학이다. 

하나씩 고쳐나가고 예쁘게 하는 잰발걸음이다.


시즌2는 대부분 시즌1의 한방을 재현하려 하면서 실패한다. 

사용자들은 불편이 없어졌으면 하지만, 기존 느낌을 유지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한 방 같은 큰 변화는 문제가 된다. 

아주 많은 경우 그렇다. 반면, 이걸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다. 

해 본 사람이 코칭해줘야 하는데, 성공한 분들은 대부분 관심이 없다.


조직의 문제

전략이 헤매면 기획이 해맨다. 기획이 해매면 삽질이 생긴다. 

그런데, 운영 중인 시스템의 삽질비용은 신규 구축 때보다 4~5배 정도 크다. 

같은 삽질인데, 돈이 불타는 속도가 다르다. 

조직은 조바심에 시달리고, 조바심은 또다시 삽질을 부른다. 

방향없이 덕지덕지 붙은 기능들은 시스템의 복잡성을 증가시키고 유지 비용을 턱없이 높인다. 

하지만, 성과는 없다. 완전한 악순환이다.


사람들은 지치면 불평한다. 대부분 개발조직이 먼저 불평한다. 

오랫동안 삽질에 시달려 부정에너지가 콸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걸 "흑화"되었다고 표현한다. 그런데, 전체가 흑화된 경우라면 대안이 없다. 

개선비용보다 재건 비용이 훨씬 더 싸다. 

아주 많이 싸다. 싸기도 하고, 질적으로도 좋다. 

아주 차이가 크다. 사람의 문제가 아니다. 조직의 문제다.


어떻게 조치할까?

흑화된 조직을 개선하려면 긍정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런데, 기회가 많지 않다. 

1~2회의 시도 안에 성공경험을 선사하지 못하면 "별 수 없네."라는 인식이 퍼진다.

이렇게 되면 사실 손쓸 수가 없다.


리더라도 부정에너지 분출자라면 팀에서 분리해야 한다. 

하지만, 분리가 핵심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긍정에너지 보유자를 모으고 그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다." 

즉, 긍정에너지가 조직변화의 원동력이다. 

기술이 뛰어나도 부정에너지가 충만하다면 같은 팀에 두어선 안된다.


제일 먼저 전략을 정비해야 한다.

전략은 사업방향이나 정체성이다. 소설의 줄거리다. 

줄거리가 없으면 세부 스토리를 만들 수 없다. 

스토리가 없으면 기능도 만들어지지 않는다. 

전략이 없었다면 새로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경험과 식견이 필요하다. 없다면 빌어라도 와야 한다. 

완벽하지 않아도 좋다. 사업은 학문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는 기획을 정비해야 한다. 

그런데 이 기획은 운영기획이다. 신규 기획과 다르다. 빅뱅으로 하면 안된다. 

현재 운영 중인 기획을 업데이트하고 향상시킨다. 

어떤 것은 버린다. 기획자 마음대로 하는 게 아니라, 데이터를 보면서 사용자를 읽고 바꿔야 한다. 

그래서 태도와 철학의 비중이 크다. 

그런 걸 할 마음이 없으면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 와도 안된다.


그 다음에야 개발, 시스템을 정비할 수 있다.

그런데, 이건 다분히 공학적 숙제다. 

소프트웨어도 변화가 심하면, 복잡해지고 느려진다. 

그러면 시스템이 받쳐주지 않아서 사업을 포기하기도 한다. 

악순환의 중심에 시스템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필요할 땐 단위별로 버리고, 새로 짜야 한다. 

시스템 레거시화에 따른 재개발전략인데, 이건 이야기가 좀 길어지니 다음 기회에 이야기하겠다.


기존 시스템이 제한요소로 작용한다.

기능 추가 및 삭제는 기존 기능과 얽혀 있다. 

적지 않은 비용을 교통정리에 써야 한다. 

그런데 이게 작업 일정 및 범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같은 기능 개발도 신규 땐 1주이지만, 변경할 땐 한 달일 수 있다. 

기존 시스템이 제한요소로 작용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전 산업에 걸쳐 공통적으로 나타나며 소프트웨어 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기술이 가지는 사업적 의미를 이해해야 한다. 

돈이 얼마나 들고 기능개발이 얼마나 걸리는지, 데이터의 커버리지는 어떻게 되는지, 

그래서 무엇을 팔 수 있는지 등등을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 한정된 자원을 효과적으로 쓸 수 있다. 

그래서 이 시점에는 기술과 기획의 협업이 중요해진다.


터놓고 대화하지 않으면 문제를 인식할 수 없다. 해결할 수도 없다. 

악순환에 빠진 조직들은 이 문제를 개인의 자존심이나 능력 문제로 인식한다. 

시스템은 결코 한번에 더러워지지 않는다. 

잘못된 판단이 누적되면서 천천히 더러워지는 거다. 

그래서 발견되었을 때는 이미 늦다.


시즌2를 못만드는 이유는

SI는 건설업처럼 일한다. 수주와 준공이 중요한 사업모델이다. 

하지만, 게임은 자동차산업과 비슷하다. 

소나타가 그랜져가 되고, 그랜져가 아반테가 된다. 

이 기술자가 저걸 만들고, 저 기술자가 이걸 만든다. 

노하우는 기술 그 자체가 아니다. 

기술을 현장에 적용하면서 얻게 된 에러 리스트와 극복 방법들이다.


시즌1이 방치되는 것은 건설업처럼 인식하기 때문이다. 

가입자 서비스는 가두리 양식장을 만들고 수익을 올리는 사업이다. 

그래서 운영이 중요하다. 

좋은 운영은 노하우를 가진 팀이 지속적인 에너지를 만들게 해야 한다.


그런데, 이건 코딩의 문제가 아니다. 

지식노동자가 협업을 통해 결과를 얻는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다. 

종래의 산업도 그렇지만, 소프트웨어 산업 만의 독특한 문화도 있다.


실리콘밸리는 훌륭한 사람들을 채용해서 이 문제를 해결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특수성이 있다. 

불편한 문제는 이야기하지 않고 참고 일한다. 

그래서 문제는 묻히고 나중에 폭발한다. 

대기업의 분업조직이면 이 단점이 극대화된다.


좋은 사람을 모은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그 조직을 움직여서 훌륭한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은 더 복잡하고 어려운 것이다. 

적지 않은 시간과 돈이 많이 들어간다. 

그러다 보니 CEO의 의지가 중요하다.


문제는 대부분 현실한계의 인식실패에서 시작된다. 

우리 공장의 월생산량이 100만대인데, 영업이 300만대 물량을 수주해온 것이다. 

삼교대를 돌리든, 사교대를 돌리든 기계적 물리적 한계는 극복될 수 없다. 

영업이 우리 공장의 생산량을 알았다면, 계약기간을 조절해 왔을 것이다. 

한 달 안에 300만대가 아니라, 세 달에 300만대로 말이다.


구글이 할 수 있는 것과 우리 회사 개발팀이 할 수 있는 것은 다르다. 

페이스북이 했더라도 우리 회사는 못할 수 있다. 

기술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우리 회사가 그 능력을 아직 익히지 못한 거다.


시즌 2는 그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비로소 출발점에 설 수 있다.

그래야 일정도 나오고 기간도 나와서 투자계획도 생기고 비용계획도 세울 수 있다. 

슈퍼개발자가 밤을 새는 모델은 반복가능하지 않다. 오래 가려는 기업이 해볼만한 시도는 아니라고 본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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