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 을
계약서를 만들어봤다면 알겠지만,
아닌 경우라면 잘 모른다.
보통 계약서에서는 이렇게 쓴다.
일을 의뢰하고 돈을 주는 사람을 "갑"
노동력을 제공하고 돈을 받는 사람 "을"
정확하진 않지만 개인적으로는
일제강점기부터 그러지 않았을까 싶다.
영어권에서는 A, B라고 쓴다.
변질
그냥 돈주는 사람을 "갑",
노동력 판매자를 "을"이라고 한다.
여기에 초극강 자본주의적 세계관이 들어간다.
"돈 주는 사람이 왕이다."
그래서 "갑"은 명령하고, "을"은 따른다.
현대판 노비제도처럼 인식된다.
미디어는 자극적인 소개가 필요하니까,
"명령하고, 따른다는 행동"에만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Why를 따지기 시작하면 관계가 쉽지 않다.
돈이란 게 영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갑과 을의 차이점
제목이 다소 자극적이긴 하다.
하지만 낱말을 이렇게 써야
그나마 "아~"라고 인식한다.
그러니 넘어가자.
우아하게는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주체적인 삶과 타의적인 삶의 차이점"
고상하지만 "아 !" 하는 문장은 아니다.
여기서 "갑,을"이란 회사간의 관계를 말하지 않는다.
회사 내에서도 "을"로 사는 사람이 허다하다.
"을"은 또 누군가의 "갑"이기 때문에
현실은 똑부러지게 나눌 순 없다.
하지만, 차이점을 드러내기 위해 이렇게 정리해본다.
느낌적 느낌으로 이해하면 좋겠다.
숙제
(1) 갑은 시장에 집중하고, 을은 고객에 집중한다.
그게 돈주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갑은 뭔가를 팔아서 돈을 벌고,
을은 남의 일을 대신해서 돈을 번다.
그런데 뭔가를 팔려면,
어떤 사람이 사는지 알아야 한다.
"인사이트"(통찰력)가 있어야 그게 보인다.
인사이트는 경험을 쌓다보면 길러진다.
대충만 맞아도 얼추 작동한다.
고수들과 자주 만나면 더 빨리 쌓이기도 한다.
그래서 무언가 "방법"이 있는 편이다.
남의 일을 대신하려면
누군가의 "마음"을 읽어야 한다.
그런데 사람의 마음을 읽는 거...
그건 힘들다.
아주 힘들다.
초능력을 배워야 하는데
보통 초능력은 잘 ... 안배워진다.
시간이 흘러도 잘 ... 안배워진다.
"눈치"가 초능력 역할을 대신하기도 한다.
(2) 갑은 효과에 집중하고, 을은 고객의 입에 집중한다.
그게 일의 끝이기 때문이다.
갑은 효과가 나지 않으면 말짱 황이다.
아직 돈을 못벌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뭔가를 팔려면
그게 팔릴만한 거여야 한다.
그래서 팔릴만해질 때까지 계속 반복한다.
을은 고객이 끝났다고 하면 끝난 거다.
돈주는 사람이 그렇게 말했기 때문이다.
그 일은 내 일이 아니다.
그래서 굳이 매달리지 않는다.
제품이 덜 완성되어도 아쉬워하지 않는다.
끝났으면 미련없이 돌아서 새로운 일을 찾는다.
그래서 검수를 신경써서 해야 한다.
(3) 갑은 효과의 지점에 집착하고, 을은 책임소재에 집착한다.
그게 생존과 맞닿아있기 때문이다.
갑은 그게 내 일이다.
아무리 피하더라도 어차피 내 책임이다.
아무리 변명해도 결국 내 책임이다.
효과가 없으면 굶어야 한다.
식구까지 굶겨야 한다.
그러니 누구책임인지는 관심이 없다.
그래서 갑은 "효과"을 볼때까지
= 돈을 벌 때까지
= 목표가 이루어질 때까지
= 뭔가 이루어질 때까지.
집요하게 집착한다.
을은 남의 일을 대신 해주는 사람이다.
내 일도 아닌데, 그 일에 책임질 필요가 없다.
그러니 책임이 없어야 한다.
내가 안전해야 한다.
(4) 갑은 포기도 하지만 을은 그럴 수 없다.
갑은 "포기"하기도 한다.
그게 더 좋은 선택이라면
과감하게 그걸 선택한다.
실패하더라도 내 자산이니까,
내 돈 내서 만든거니까
최소한 다른 일의 밑거름으로라도 쓸 수 있다.
그래서 완전한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을은 남의 일을 대신하는 거라
포기하면 돈을 받을 수가 없다.
그래서 품질은 기본, 납기가 생명이다.
(5) 갑의 댓가는 "가치의 크기" 만큼이고,
을의 댓가는 "일한 시간" 만큼이다.
갑은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로 따지지 않는다.
"얼마나 잘했는지"로 따진다.
을은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로 따진다.
"내가 을마나 열심히 했는데..."
이렇게 말한다.
"그런데 이 산이 아닌가벼..."
이건 정말...
당해보면 안다.
아니다.
제발.
"열심히" 하지 말고, 제발 "잘하자."
(6) 돈을 벌기 위해 갑은 "제품"을 만들고,
을은 "비싼 노동력"을 만든다.
갑은 돈버는 제품이 나올때까진 배가 고프고,
을은 나이들어 노동능력이 낮아지면 배가 고파진다.
제품은 대량복제, 판매가 가능하다.
한번 뜨면 투자금액의 몇십배로 돈을 번다.
하지만, 팔려야 팔리는 거다.
안팔리면 아무리 열심히 했어도
그냥 말짱 황인거다.
반면 남의 손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많다.
그래서 노동력은 쉽게 팔린다.
비교적 쉽게 돈으로 바꿀 수 있다.
하지만 복제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비싸지는 방향으로 진화한다.
하지만, 가성비가 나빠지면 말짱 황이다.
대체불가능한 것도 때가 되면 대체된다.
내가 아무리 훌륭해도 때가 되면 물러나야 한다.
(7) 갑은 돈놓고 돈먹기 때문에 파산위험이 있고,
을은 몸을 막굴리다가 파산한다.
갑은 과도한 배팅 때문에 실패하고,
을은 과도한 책임의식 때문에 실패한다.
과도한 배팅은 성공하면 대박, 실패하면 쪽박이다.
실패하면 재기할 수 없다.
통계적으로 계속 성공할 확률은 낮다.
그래서 지속되기 어렵다.
과도한 책임의식은 희생을 부른다.
한번은 해도 두번은 못한다.
지속성이 없다면, 생존할 수 없다.
적당한 책임의식으로도 사회는 돌아간다.
정답은 없지만
영원한 갑도 없고
영원한 을도 없다.
누구나 갑, 을의 중간 위치에 산다.
무작정 "을"이 나쁘다고만은 할 수 없다.
극단지점에 있다면 갑이든 을이든 불행하다.
갑으로 살거냐
을로 살거냐는
개인의 선택이다.
하지만!!!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드는 스타트업이라면 다르다.
가능하면 "갑"스런 사람들로 팀을 구성하라.
직원에게 동기가 없다면,
직원이 자기 생각이 없다면,
사장이 모든 걸 챙겨야 한다.
뭔가 빤한 일이라면
상관없다.
새로운 일이란게 가끔씩 툭툭 튀어나온다.
사장이 조금 바빠지는 걸로도 해결이 된다.
하지만, 스타트업은 눈뜨면 새로운 일이다.
이런 곳에서 혼자서 일을 챙기다가는
병을 얻기 십상이다.
직원이 힘이 되지 않고 짐이 된다.
2명을 채용하면 2명 일을 더해야 하고,
3명을 채용하면 3명 일을 더해야 한다.
스타트업에겐 채용이 전부다
직원이 잘못한 게 아니다.
채용이 잘못된 거다.
누구나 자신에게 맞는 자리가 있다.
욕을 먹던 직원이
제자리엘 가니까
칭찬받고 다니는 걸 보았다.
사람은 회사의 색깔을 결정한다.
채용은 스타트업의 모든 것이다.
100점 짜리 사람을 구하라는 뜻이 아니다.
신중하게 선택하란 뜻이다.
하물며 편의점도 사람을 귀하게 여긴다.
일 잘하는 알바 만나면,
사장이 절을 한다.
기술자산이 회사의 핵심인
IT 스타트업이라면 더욱 그렇다.
아닐 이유가 없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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