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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계획

리멤버 앱의 교훈, 명함관리앱의 최강자.

by 회색연필 2018. 12. 22.

앱이름, "Remember"

명함관리앱이다.


이 앱을 쓰기 전까진 약 1,000개의 명함을 바인더로 관리했다.

명함은 햇수를 더할 때마다 더욱더 쌓여만 갔다.

남들은 만난 날짜와 이유를 적어 놓는다던데, 그렇게까지 하지는 못했다.

맨날 사무실만 있으니까 말이다.


그렇다고 버리기도 애매했다.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되면 인사라도 건네고 싶었다.

그런게 사회생활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말이다.


명함관리용 유료 프로그램들이 있었지만 필요성에 비하면 가격이 애매했다.

대부분 직접 타이핑해야 했고, 문자인식도 오류가 높았다.

아무튼 이래저래 "명함"은 나에게 골치거리였다.


이 앱이 처음 나왔을 때도 사실은 시큰둥했다.

'그냥 흔한 문자인식 앱 중의 하나겠지.'

'100개 정도 입력하고 나면 돈 내라고 그러겠지.'


그런데 3번 정도 써보고 난 후 인식이 싹 바뀌었다.

명함을 찍어 올리면 100% 정확하게 문자로 바뀌어 있었기 때문이다.

단 한 자도 내가 고칠 필요가 없었다.

유레카~, 이 앱은 정말 인류가 축복해야 하는 앱이다.


100% 입력비결은 수기입력




100% 인식이 가능한 이유는, 바로 "사람손"으로 입력하기 때문이다.

이 앱의 뒷편에는 약 500명의 작업자가 있다.

명함을 찍어서 올리면 작업자가 바로 입력을 해준다.

저장이 되고 나면 스마트폰으로 알림이 온다.


그동안 명함관리앱은 "문자인식" 기술을 증명하기 위한 테스트필드였다.

덕분에 실질적인 명함관리 수요는 오랫동안 무시되어 왔다.

이 앱은 그런 시장에 문자인식 기술을 빼고 시장의 니즈를 충족시켜주었다.

정말 땡큐다.


명함량은 2014.1월 출시후 1억2천장이 넘었다. 어마어마한 양이 아닐 수 없다.



반면 가입자수는 그렇게 늘지 않았다.

입소문에만 의지하다 보니 5년이 지난 지금까지 누적가입자가 200만명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IT 분야에 집중되어 있고 다른 쪽으로는 전파되지 못했다.


하지만 기업가치는 높다.

1년만에 30억원의 투자를 받았고, 2017년에는 100억원의 투자를 받아 네이버에 인수되었다.

올해는 라인을 타고 일본까지 진출했다.


어떤 수익모델이 있을까?

"대량스캔 입력서비스"가 있다.

1,000장을 일일히 찍어 올리기 힘드니까 택배로 붙이면 스캔해서 입력해 준다.

비싸지 않으니까 쓸만한 서비스다.


두번째는, "팀명함첩 서비스"다.

영업팀에게 매우 유용한 서비스다.

전임자가 퇴사해도 후임자가 고객명함을 이어받을 수 있다.

고객도 편하다. 사람이 바뀌었다고 처음부터 설명할 이유가 없다.

인력교체로 인한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확 줄어든다.


성장가능성도 높다.

광고활용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인맥정보를 이용한 수익화 모델도 무궁무진하다.


다른 사람들도 알았을 것이다.

아마 이전에 명함관리앱을 팔던 사람도 알았을 것이다.

입력만 된다면 사업가능성이 무궁무진하리라는 것을.


진입장벽이 사람들의 귀차니즘이라는 것도 알았을 것이다.

그 문제를 해결하려면 자동입력이 해결되어야 한다는 걸.


나도 처음에는 이 문제를 "기술" 관점에서 접근했다.

하지만 리멤버 CEO는 이 문제를 "사업"으로 접근했다.


높은 기술비용을 비슷한 수준의 인건비로 바꾼 것이다.

놀라운 접근법이다.


이 사건은 당시 "IT사업"에 대한 나의 인식을 바꾸었다.

IT사업은 대단한 기술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부담을 편하게 내려놓은 것이다.


혁신기술은 사회적으로 중요하다.

하지만 나는 혁신기술보다 실용기술이 좋다.

평범한 html 이라도 세상을 바꾼다면 그게 더 좋다.

돈이 될 가능성도 훨씬 더 높아서 좋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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