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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IT경영

스타트업, 외주개발로 시작할 수 있을까?

by 회색연필 2018. 6. 21.


개인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대부분 직접 개발한다. 

그래서 요즘은 다른 사람 걸 개발해 주지는 않는다. 

그런데 너무도 자주 듣는다.
"개발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처음엔 화가 났다.
하지만 이젠 안다.
얼마나 답답한지. 


그러나, 그렇게 하면 안된다.
괜히 주제 넘는 것 같아 말하지 않았다.

이젠 왜 안되는지 설명을 좀 하려 한다.


1. 새로운 거라면 비싸다.


정형화된 홈페이지나 블로그, 쇼핑몰 등은 비싸지 않다. 

기존 소스를 재활용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덤핑도 한다.


하지만, 스타트업은 대부분 새로운 걸 만든다. 

그럴 땐 대개 밑바닥부터 만들어야 한다. 

재활용할 수 있는 게 있어도 연결작업이 쉽지 않다.


새로운 걸 만든다면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 

두세개의 일을 동시에 할 수 없다. 

아니 할 수 있더라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


개발이란 그림을 그리는 것과 비슷하다. 

한 흐름이 끝날 때까지 손을 놓을 수 없다. 

하나를 그리는 동안 계속 거길 쳐다봐야 한다.


개발은 자동차를 만드는 것과 같다. 

자동차에 내가 만든 부품이 장착되는 것이다. 

부품이 잘못되면 운전사는 교통사고로 죽는다.


즉, 개발은 그 일 하나만으로 몇날 며칠을 매달려야 하는 작업이다. 

아침에 만나는 사람 다르고,

점심 때 만나는 사람 다르게 일할 수가 없다. 

로봇이 아닌 이상 두 세가지 일을 동시에 처리할 수 없다.


그래서 비싸다.

비싸지 않다면 결과물이 이상할 가능성이 높다.


2. 곧 팀이 필요해진다.


사업이 성장하면 개발일이 많아진다. 

고객의 주문사항은 대부분 개발팀이 해야 할 일이다. 

그 외에 자동화되지 않은 부분을 자동화해야 하고,

임시로 만들었던 부분은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하면서도 새로운 기능을 만들어야 한다.


마치 F1 경기 중에 자동차를 손보고 정비하는 것과 같다. 

짧은 시간에 해야 하기 때문에 반드시 분업과 협업이 필요하다. 

그래서 사업이 잘되면, 대개 3개월 이내에 뉴멤버의 합류가 발생된다.


사업을 하려면 언젠가 팀을 갖출 마음이 있어야 한다. 

슈퍼개발자 1인이 하는 일이 아니다. 

조직업무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성장하기 힘들다.


3. 준비되지 않은 사람에게 투자하는 사람은 없다.

개발은 하나에 몰두하는 일이다. 

직업 특성상 한 번에 하나씩만 도전할 수 없다. 

사업참여 자체가 개인에게 큰 기회이면서도 큰 리스크이다. 

그래서 당신을 현실적으로 체크할 수 밖에 없다.


일상 반복업무라면 직장인을 공개채용하면 된다. 

하지만, 새로운 걸 잘 만들어야 한다면 동업자여야만 한다. 

직장인은 월급을 많이 주고 채용을 한다. 

그러나, 동업자는 책임과 권한을 함께 하는 사람이다. 

비전과 보상이 약속되어야 한다. 

수십억의 부자가 될 거라는 기대가 없으면 굳이 모험할 필요가 없다.


미래 비전이 없어도 훌륭한 사람을 모을 수는 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을 모으고 어떻게 활용할지는 리더쉽의 문제다.


그냥 개발해달라는 말은 기술력 보다 노동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 한마디에 당신의 밑천이 다 드러날 수 있다. 

그리고 '밑천'이 돈 이야기가 아님을 알았으면 좋겠다.


4. 외주 요리사를 데리고 중국집을 오픈한다?


당신이 인생 2막을 걸고 약 3억원을 투자해서 중국집을 오픈한다고 하자. 

그런데 외주 요리사를 채용할 것인가? 

우리 식당에 충성할 이유가 없어 언제 그만둘지도 모르는 친구인데? 

그러면 또 요리사를 구하면 된다고?


요리사가 바뀌면 음식맛이 변한다. 

음식맛이 변하면 손님이 떨어진다. 

손님이 안오면 매출은 떨어진다.


2년만에 투자금 회수도 못하고 망할 수도 있다. 

피같은 돈 3억을 투자하면서 당신은 계산대 앞만 지킬 생각인가? 

그래서 성공하는 중국집이 될 수 있을까?


IT회사도 마찬가지다. 

결과물만 있으면 돌아갈거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 외주를 택할 수도 있다.


물론 아이디어도 당신 것이고 대금도 지불했으니 시스템은 당신 것이다. 

하지만 그 기술은 당신 것이 아니다. 

직접 하지 않았으니 응용제품을 만들 수가 없다.


기술 없는 제품은 "지속생산성"이 없다. 

지속생산성이 없으면 "지속적 이윤추구"가 되지 않는다. 

"지속적 이윤추구"가 안되는 기업에 투자할 사람은 없다.


5. 개발자는 공동창업자다.

스티브워즈니악(개발자)과 로널드웨인(디자이너)은 애플의 공동창업자다. 

스티브워즈니악과 스티브잡스는 45%씩 지분을 갖고, 로널드 웨인은 10%의 지분을 가졌다.


래리페이지와 세르게이브린은 구글의 공동창업자다. 

그들은 각각 동등한 비율로 주식을 나누어 가졌다. 

상장후 주식을 처분했음에도, 둘은 각각 16%씩 거의 동일한 비율로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저커버그가 좀 많다. 

상장시점 기준으로 저커버그 28.4%, 투자사 11.4%, 공동창업자 '더스틴 모스코비치'는 7.6%의 지분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몇번의 주식처분시점을 생각하면 더스틴의 지분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IT사업에서 핵심자산은 시스템이다. 개발자가 공동창업자가 되고, 경영상의 발언권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다. 

그러니 필요하다면 똑똑한 공동창업자를 구하라.


물론, 투자를 받으면서 지분구조는 변한다. 

CEO는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사수해야 할 보유율이 있다.

CTO의 주식을 CEO가 매입하기도 한다. 

그러나, 시작에 정해진 룰은 없다.

시작은 기본에서 하는 게 좋다.

법인기업은 주식이 책임과 권한의 양이다.


6. 개발자가 없다면.

개발자 없이 IT 스타트업한다는 건 사실 사기다. 

아이디어만 가지고 외주개발하겠다는 건 명백히 사기다. 

의류 쇼핑몰이라면 그래도 된다. 

하지만, IT기술이 중요자산인 사업이라면 그래선 안된다.


당신이라면 그 회사에 투자를 하겠는가? 

아이디어는 도둑질 당하거나 유사제품에 의해 혼탁해질 수도 있다. 

그 때 화만 내는 사장을 보고 뭐라고 할것인가?


같이 화낼 수는 있다. 

하지만, "김사장 괜찮아, 내돈 1억 없는 셈 쳐" 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당신이 돈을 주체할 수 없는 부자이거나, 테레사 수녀님 같이 헌신적인 분이라면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자본을 증식시켜야만 하는 자본주의 사회라면 어불성설이다.


화도 내야 하지만, 새로운 기능과 서비스 변경으로 경쟁자와 싸워야 한다. 

IT기술이 핵심인 사업이라면 가장 먼저 할 일은 개발자를 구하는 것이다.


뜻맞는 개발자를 구하기 전까지는 사업에 도전하지 마라. 

재료 없이 생산하겠다는 것은 패기가 아니라 만용이다.


7. IT 사업을 하고 싶다면

좋은 개발자 친구를 사귀어라. 여러명 사귀어라. 

그 중에 뜻이 맞고 마음이 맞는 친구가 있어야 한다. 

같이 시작할 때는 권리와 책임을 함께 나누어라. 

떠받들지 말고 함께 고생할 동료로 생각을 해라.


IT사업은 기능의 대량생산이 핵심이 아니다. 

놀랍고 쌔끈한 기능들이 시장을 자극한다. 

놀라운 기능들을 개발해 내도록 독려해라.


마음에 드는 개발자를 만났다면 이렇게 물어보라. "저랑 같이 사업 하실래요?"

"이것 좀 개발해주세요." 가 아니다. 

같이 사업을 한다는 건 주식을 나눈다는 의미다. 

당신이 100%의 주식을 갖는 것은 공동창업이 아니다.


뜻이 맞는 동업자를 구할수 없다면, 창업이 불가능하다. 

편의점을 하나 열어도, 쇼핑몰을 하나 열어도 마찬가지다. 

하물며 IT사업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참고로 스톡옵션은 공동창업이 아니다. 그것은 그냥 당근일 뿐이다.


고액의 개발자를 사서 떠받들며 살지 말고, 책임과 권리를 함께 누릴 동업자를 찾아라. 

어렵겠지만 IT사업은 그게 시작이다.


8. 요약

사람을 만나러 갈 때 기대한다. 

당신의 일이 내가 하는 일과 시너지가 나지 않을까? 

그래서 당신을 만나는 일이 즐겁다. 

개발해 달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 비교하게 된다. 

당신의 일이 가치가 있을까, 내가 일을 하는 것이 더 가치가 있을까? 

물론 그 대상은 "나"이다. 

이 이야기는 내 목소리를 빌렸지만, 비단 나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베테랑 개발자 대부분이 공감하는 이야기다.


외주 회사가 필요하다면, 크몽이나 위시캣이 훨씬 더 좋은 선택이다. 

먹튀도 있고 조금 어렵겠지만 거기는 외주개발 전문가들이 모여 있다. 

하지만, 핵심역량은 아웃소싱 하는 것이 아니다. 어렵더라도 직접 해야 한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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