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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IT경영

뮌하우젠 증후군. 불신과 의심병

by 회색연필 2018. 2. 18.

작은 스타트업 사장님을 위한 글이다. 

보통 3년차에 이런 의심병에 접어든다. 

매출이 정체되거나, 아예 돈을 벌지 못하면 이런 생각이 든다. 

조직 내부의 문제를 외부에 물으면서 생기게 된다.

경험상 90%는 그러는 것 같다.


의심병(사진 @Pixabay)


Münchausen syndrome.

독일어다. 독일사람이다. 

소설 속 주인공이다. 소설 이름은 "말썽꾸러기 뮌 하우젠 남작의 모험". 

여기서 주인공은 누군가에게 관심을 받고 싶어 계속 거짓말을 한다. 


미국의 정신과 의사 "아셔"는 이 책을 읽고, 이런 사람들을 "뮌하우젠 증후군"이라고 불렀다.

1951년 탄생된 용어다.


부모가 아이의 거짓말을 믿고 이 병원 저 병원 다니는 것도 해당된다. 

이 증후군은 타인의 불신에서 시작되었다. 

의사 진단마저 믿지 못하는 것이다. 


물론 몇 번 의심해본 걸 문제라고 하진 않는다. 

증후군란 상습적이고 병적이라는 뜻이다. 

상태가 아주 심한 거다.


똑똑한 사람에게도 많이 생긴다.

믿음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맹목적으로 믿는 것도 문제지만, 맹목적으로 의심하는 것도 문제다.

모든 걸 혼자 생각하고 결정하기 때문에 생긴다.

철학, 생각, 습관의 문제이기도 하다.

많이 배운 사람은 안그럴 것 같은데 오히려 더 그렇다.


육안 현상으로는, 문제가 방치되고 악화된다.

거짓말 하는 쪽을 편들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 문제를 가진 쪽이 거짓말을 한다.


IT업계에도 많다. 

사장이 개발팀을 못믿는다. 

그래서 외부에 물어본다. 

"이거 가능한가요?"

그렇게 듣고와선 회사 내에다 이야기를 한다.

"누구한테 물어보니 이게 된다더라." 


아주 흔히, 그리고 자주 볼 수 있는 모습이다. 

내부에서 오가는 토론, 대화는 없다. 

오로지 할 수 있는지 없는지만 묻는다.

대화가 매번 그런 식이다.


사실 이 현상은 개발자가 "안되요", "못해요.", "불가능해요"라고 말하는데서 시작된다.

분명히 카카오와 네이버는 하는데 왜 우리는 안된다고 할까. 

밖에 물어보니까 쉽게 설명해주는데, 안에 물어보니까 알아듣지 못할 말을 한다. 

그래서 '자기가 못하니까 그런거지.', '거짓말을 하는거군.' 이런 결론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원인은 현재 문제점를 잘 설명하지 못한거다.

밖에서 된다고 한 것이 안에서 안되는 것은 내부에 장애물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장애물을 극복해야 한다.

시간과 자원이 소요된다는 뜻이다.


현재 시스템이 기술 장벽으로 작용하는거다.

아니면 개발인력과 일정이 부족한거다.

절대로 밖에서는 알 수 없는 것들이다. 

하지만, 핵심 원인이기도 하다.


이 문제를 잘 설명하려면 기술문제를 경영언어로 변환해야 한다.

하지만, 그건 개발자에게 너무 어렵다. 

왜냐하면 개발자 대부분 경영과 사업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기술경영을 해라.

CEO가 기술경영할 준비가 안되어 있는거다. 

자동차에 비유를 해보자.


자동차는 "디자인"이라는 감성영역과 "엔진"이라는 공학영역,

그리고 "컴퓨터"라는 전자영역이 결합된 종합작품이다. 

타이어는 화학이고, 차량의 움직임은 물리학이다. 

생산은 산업공학이고, 판매는 마케팅이다.


그런데 당신이 우리나라에서 제일 처음으로 자동차 공장을 만든다고 하자.

이런 질문이 생길 것이다.


'돈을 얼마나 준비하고, 일정을 어떻게 잡아야 할까?'

'기술자들이 외계어로 이야기 하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현장의 문제는 훨씬 더 복잡하다.

자동차 한 대에 총 2만~3만개의 부품이 들어간다. 

1년 연구한다고 좋은 제품이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자동차 연구는 보통 2년 이상을 선행한다.

즉, 쓸만한 제품이 나오는데 2년이 걸리는거다.

반면, 모델 체인지는 매년 해야 한다.


그래서 자동차회사는 판매와 생산, 연구개발을 분리한다.

기술특성과 소비특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건 CEO가 자동차 정비를 안다고 알 수 있는게 아니다.


"기술경영"이란 정비를 배우라는 뜻이 아니다.

알면 도움이 되겠지만, 그게 본질이 아니다. 

그 기술이 주는 사업적 한계를 잘 이해하고, 그걸 잘 활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소프트웨어 비즈니스는 자동차에 비해 가벼운 편이다.

하지만, 고민의 종류와 깊이가 결코 모자라지 않다.

기술자가 안된다면 기술적인 이유가 있는거다.

이해하지 못한다고 불신해선 안된다. 

알아듣지 못하겠다면,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물어봐야 한다. 


악순환이 시작되면 수습하기 어렵다.

상대방을 설득할 수 없을 때 사람은 거짓말을 한다.

고통을 피하는 심리적인 방법이다.

개발자 뿐 아니다.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다.

다른 업종도 마찬가지다. 

설득하다 힘들면 대부분 그냥 떠난다.


개발자가 거짓말을 한다는 건 곧 떠난다는 뜻이다.

더 이상 조직에 애정이 없다는 뜻이다.

이 때가 되면 너무 늦다. 

조직갈등을 풀 수 없는 단계다.


새로운 사람이 와도 이 문제는 반복된다면 그 사람의 문제가 아니다.

당신 잘못일 수 있다.


잘 묻는 요령이 처방약이다.

현장 실무자라면 잘 모를 수 있다. 그래서 설명이 부족하다.

그럴 땐 듣는 사람이 잘 들어야 한다.

무시하고 윽박지를 수 있겠지만, 그걸로 문제가 안풀린다.


잘 모르겠다면 내가 이해할 때까지 요리조리 물어본다.

단칼에 자르거나 버럭 화내면 안된다.

화내는 사람에게 제대로 이야기할리 없다.


그런데 집요하게 잘못만 추궁하면 변명만 듣게 된다.

상황이 안드로메다로 갈 수 있다. 

아주 명료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캐물어 보는 게 좋다. 

두리뭉실하게 물으면 두리뭉실한 대답만 듣게 된다. 


내용이 어렵다면 어렵다고 말하는 게 좋다.

대답을 다 이해하고 난 다음에 말해도 늦지 않다.

"네 말을 믿지 못하겠어."

복잡한 대화는 대부분 특정시점에 발생된다.

매번 그렇지 않아도 된다.

미리 단정하는 것에 익숙하지 말자.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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