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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채용

맞지 않은 인연은 정리하자.

by 회색연필 2021. 7. 17.

30대엔 사람을 안고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한 번 채용하면 끝까지 함께 해야 한다.
그게 의리이고, 도리라고 생각했다.

이 글은 그런 사장님을 위한 글이다.
문제사원 때문에 조직이 번아웃 중인데도
갈팡질팡할 때 간곡히 드리고 싶은 글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거다.
조직관리를 감성적으로 하지 않았으면 한다.
조직이 희생하다가 결국 다 흩어져서
회생하지 못한 경우를 많이 봤다.

"누구든 구할 수 있다."라는
내 신념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런 신념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회사일과 구성원을 위해 행동하면 좋겠다.

사례1.

이 과장이 이야기했다.

"팀장님. 너무 부담스러워요.
그렇게까지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회사일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건 아니지만,
저는 제 생활이 더 중요해요."

그는 나의 동지의식을 부담스러워했다.
그는 나와는 다른 목적으로 회사를 다녔고,
나름대로 회사에 충분히 기여하고 있었다.

내가 그 사람 인생을 평생 책임질 게 아니므로,
굳이 그에게 뭔가를 강권할 권리는 없었다.

나의 희생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그에게는 필요없는 것이었다.

깨달음이 컸다.
필요한 걸 주지 않으면,
발전적인 관계는 생기지 않는다.

사례2.

A 는 꽤 일을 잘했다.
하지만, 매일 지각을 했다.
심지어 11시에 나온 적도 있었다.
물론 항상 전화가 왔다.
"팀장님, 죄송해요..."

오전 회의 때 A 는 항상 빠졌다.
항상 업무를 따로 줘야했고,
항상 후속회의를 해야 했다.

밥도 먹고, 친해보기도 하고,
술을 사주기도 했다.
고쳐지지 않았다.

원인을 찾아 함께 개선하기도 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결국 그만 두었다.

누군가의 인생에 개입하는 건,
결국 내 만족을 위한 것이었다.

나는 그를 구원한 듯 보였지만,
그건 내 생각일 뿐이었다.

A는 A의 인생을 살고 있었고,
나와의 관계 속에서 잠깐 변화가 있었을 뿐이다.

사례3.

B 에게 많은 이야기를 했다.
회사가 가고자 하는 방향,
우리의 선택
그래서 B가 해야만 하는 일.

B 와 진지한 대화를 했다.
고민, 해결, 대화, 친해지기 등등

하지만, B 에게서는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처음에는 무시당한다고 생각했다.

B는 그런 사람이 아냐.
내가 얼마나 공을 들였는데.
분명, 나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
나의 조치도 적절했다.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B 에게선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정말 아무것도 안했는지.
안하고 싶었던 건지.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는지
그런 건 알 수 없다.

그냥 아무런 결과도 나오지 않았다.
진짜 속마음을 알면 고칠 수도 있겠지만,
그러려면 내가 사람의 마음을 읽는
초능력자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나에게는 초능력이 없다.
그러니 포기하는게 맞다.

 

신념

누군가 바꿀 수 있다는 건,
아직 인격이 완성되지 않은
어린 아이에게나 해당되는 일이다.

성인마저 그렇게 생각하는 건
솔직히 오만한 거다.

성인이 어떤 행동을 하는 건,
성장배경 속에 다져진거다.
무의식이 아니라 의지를 가지고
그렇게 행동한다는 걸 기억하자.

그는 그의 의지대로 움직이길 바란다.
그는 내가 바꿔주기를 바라지 않는다.

누군가를 바꾸겠다는 건
자유의지를 무시하고
내 의지를 심겠다는 거다.
굉장히 잘못된 신념이다.

누군가에게 최선을 다하면,

그 사람이 바뀌기도 한다.
하지만, 꼭 그래야만 하는지 생각해보자.
그 노력을 다른 사람에게 쏟는게 더 좋을 수 있다.


회사는 도를 닦는 곳이 아니라, 돈을 버는 곳이다.

물론 도를 닦는 건 잘못된 것이 아니다.

하지만 회사에서 피해 주면서 하면 안된다.
도는 산에 가서 닦게 해주자.

 

인식

큰 회사는 인사팀의 룰이 있다.
작은 회사는 그런 게 없다.
사장이나 CTO의 생각이 더 크다.

이탈자가 생기면 가능한 잡으려고 한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사람의 잘못을 내가 용서하고,
계도하면 그 사람이 달라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건 진짜 잘하는 사람이
실수하는 경우에나 해당된다.
또는, 서툴러서 실수가 잦은
초반에나 해당되는 거다.

계속 뭔가 반복되고 있다면,
이미 용서나 배려로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궁합

누구나 능력있는 사람이다.
아무도 자기 인생을 대충 살고 싶어 하진 않는다.

다른 사람 또한 대충 사는 게 아니다.
그 또한 최선을 다해 회사를 다니고 있다.

그럼에도 어떤 현상이 반복된다면,
뭔가 잘못되고 있는거다.

그런데 그 잘못이 어떤 1인의 것이 아니라면,
뭔가 궁합이 안맞는 거다.

궁합의 문제는 궁합으로 풀자.
상황이 안되면 포기하는 게 맞다.

그 사람도 마찬가지다.
다른 조직에 가면 날아다닐 사람이다.
굳이 붇잡아서 서로 아픈 날들을 보내진 말자.

적재적소

"적재적소의 원칙"
적재적소가 아니면 바꾸라는 뜻이다.

내가 인정받는 곳에서
내가 인정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서로 윈윈으로 일하는 것. 이게 맞다.

조금만 수 틀려도 나가라는 게 아니다.
그렇게 내보내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갈등 상황을 무작정 견디는게 좋았던 경우는
생각보다 없었다. 아니 없었다.

헤어짐을 죄악처럼 인식하지 말고,
그냥 궁합 문제 정도로 이해하자.
서로를 위한 최선의 선택을 한다.
이렇게 생각하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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