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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내가 경험한 창업부터 성공까지

by 회색연필 2021. 6. 2.

나도 일확천금을 꿈꾼다.
하지만, 그런 행운은 나에게 없다.

나중에 보니 천운이 따라야 하는 일이었다.
그래서 시작부터 종점까지 한 번에 간 경험은 없다.

 

다만, 잘라서 했다.

단계별로 찾아다니며 성공 경험을 쌓았다.
불완전하지만 처음 가는 사람들에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Level 1. 창업단계

2,000년.
벤처거품이 막바지였다.
5명으로 시작해서 9명팀으로 일했다.

"VR 을 이용한 100개국 가상여행 서비스"를 만들었다.
홍콩 파일럿 촬영을 하고, 데모버전을 만들었다.

"Lycos World Steering Committee" (32개국 CEO 참가회의)
이 곳에 소개 했는데, 5개국 CEO가 동시오픈 하겠다고 손을 들었다.
작품성과 상품성을 모두 인정 받은 거다.

자금조달이 쉽지 않았다.
"제주도 버전"을 출시한 후 사업을 접었다.
맨땅에서 시작해 글로벌하게 인정받은 최초의 경험이었다.

제로에서 시작해 MVP를 만들어본 첫경험이었다.
참고로 MVP는 최소기능을 말하는게 아니다.
팔릴 만큼의 상품성을 갖춘 최소 상태를 말한다.

시작지점은 "고객시나리오" 다.
딱 하나의 사용 시나리오에 집중해야 한다.
돈이 없어서 하나만 하는게 아니다.

"소비자는 왜 나에게 돈을 지불하는가?"
이 문제에 대답하기 위해서다.
하나가 해결된 후에야 다음 하나에 집중한다.

만일 돈이 목적이 아니라면 이것에 집중한다.
"사용자는 왜 이 서비스를 (자꾸) 쓰고 싶어질까?"

 

결국 제일 먼저 입증해야 하는 건

"누가 나를 필요로 하는가?" 하는 것이다.


CEO 는 보통 자신만의 시나리오를 상상한다.
그건 좋다.
그리고 무궁무진한 확장성을 생각한다.
하지만 거기에 대부분 에러다.

"고객"이 없다.

투자가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에 배팅한다.
그래서 넓고 다양하게 이야기해야 한다.

하지만, 고객은 아니다.

 

고객은 다양하고 복잡하면 헷갈려 한다.
필요한 기능 하나를 쓰고 싶어한다.
더 좋은 게 나오면 그걸 쓴다.

고객에겐 필요한 거 딱 하나를 제대로 만들어줘야 한다.

그게 MVP 다.
그게 1, 2등을 해야 한다.

Level 2. 서비스 성장단계

kth 에서 여러가지 앱들을 출시했다.
앱마다 1천만 다운로드, 300만 가입자.
보통 이루기 어려운 성과들이다.
다만 노하우를 알고나니 재현이 가능해졌다.

가입자 모으기.
광고 돌리면 되지 않냐고?
광고 돌리면 가입자는 증가한다.
하지만, 한 달 정도 되면 다 빠져나가고 없다.
가입자를 유지시키는 건 결국 제품자체의 매력이다.

제품 자체의 매력?
이 세가지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사람들은 왜 이 앱을 쓰는가?
사람들은 언제 이 앱을 쓰는가?
사람들은 언제 이 앱을 전파하는가?

비법인양 포장된 이야기는 실제 작동하지 않았다.
현실은 이기적이고 냉정했다.


1.0 은 성공했는데 2.0 은 실패했다.
큰 걸음을 걸으려다 망했다.
작은 걸음을 여러번 걷다가

모양이 갖춰질 때쯤 사용자에게 알려야 한다.
이 사실을 조직이 알지 못했다.

전진하려면 섬세하고 정교해야 한다.
한 걸음씩 쌓아서 큰 걸음을 만들어야 한다.
매일의 변화가 없다면, 한 달의 변화도 없다.

이 방법에 동의하지 않으면, 서비스는 산으로 간다.
그래서 목표가 아니라 방향이 중요하다.

 

Level 3. 사업화 단계

"캐리멜리" 서비스를 운영할 때였다.
압축하면 1 MB도 안되는 소스코드로
시간당 수천만원을 벌어 들였다.
내 서비스는 아니었지만 짜릿했다.

Open API 플랫폼도 운영했다.

제휴사가 200 여개였다.
머니 트래픽이 하루에 수십억건씩 흘러다녔다.

돈을 벌면서 성장하고 있다면,
기술, 사업이 기존 방식과는 완전히 다르다.
기술은 24시간 x 365일로 운용되고,
사업도 24시간 x 365일로 돈을 벌어들인다.

 

기술을 365일 운영하려면 일이 많고 다양하다.
고정비와 복잡도가 높아지니, 자동화와 단순화가 필수다.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면서,

자동화, 단순화 시켜야 한다.

어렵다.


사업을 24시간 돌리려면 인력투입 만으론 해결이 안된다.
그래서 시스템(일하는 체계)을 만들어야 한다.

장사하는 분들도 다 안다.

사업하는 분들이 모르면 안된다.

역시 어렵다.

많은 회사들이 여기까지 가기 전에 망한다.

비법이 소문으로 떠돌지만,
디테일이 딸려서 오히려 블랙홀이 된다.

 

사장님들은 판타지에 빠져서 허상에 시간과 돈을 소비한다.
적지 않은 케이스가 망삘이다.
아쉽다 ...

기술 이야기를 해보자.

이건 SI (=아웃소싱)와는 확연히 다르다.

맨땅에서 새로 쌓아올리는 일은 절대 없고,
새로운 기능을 무중단으로 배포해야 한다.
아주 꼼꼼히 완벽히 챙기지 않으면 항상 장애로 이어지는데,
소프트웨어 공학으로 이야기될 수 없고 운영공학 같은 게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운영공학 같은 건 없다.
그나마 설명할 수 있는게 DevOps, 개발문화 같은 거다.
하지만 그걸 설명해보면 대부분 곡해된다.

개발자의 실수는 수익의 하락과 직결된다.
그래서 개발자는 항상 "잘못하는 사람"이다.
잘못하면 문책을 해야 하는데,
그런 조직관리로는 개발팀이 유지될리 만무하다.

개발팀이 유지되지 않으면 사업은 망가진다.

IT사업은 원가관리부터, 조직관리까지
꽤 독특한 노하우가 필요한데,

이게 참 말로 하기 어렵다.

그래서 적지않은 사장님들이 성장단계에서 매각을 선택한다.

 

Level 4. 사업 유지단계

대기업에 있을 때였다.
대기업의 장점은 자금동원력이 크다는거다.
큰 사업을 벌일 수 있다는 뜻인데,
성공하면 "캐시카우" 가 된다.
캐시카우가 기획되고 만들어지는 건

참 보고 배울 점이 많다.

 

하지만, 대기업 사업은 머니게임이다.

이걸 스타트업이 하면 망한다.

겨우겨우 머니게임을 했더라도,

대기업이 들어오면 금방 시장이 뒤집힌다.

머니게임은 스타트업의 영역이 아니다.

매출압박은 매년 있다.
매출이 늘지 않으면 적자라는 걸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대기업에선 팀의 "효과성"이 40% 수준으로 떨어진다.
캐시카우를 극대화하기 위해 분업화, 전문화를 선택하는데,
이게 소통과 협업에 허들로 작용한다.

새로운 일을 하려면 "효과성"이 중요한데, 그건 일찌감치 포기한다.
임원의 선택은 "생산성 = 효율성" 밖에 없다.

효율성을 높이려면 불필요한 프로세스를 줄이고 개선해야 한다.

팀간 이기심, 구성원 상태까지 고려해야 하는데,
이건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인사, 노무의 문제다.
하지만 인사팀장이 결정할 문제는 아니라서,

"개발팀 임원"들이 결정한다.

키포인트는 이런 변화를 겪고 나면 결과가 좋아져야 하는데,
그러려면 결국 개발자의 지지와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잘 안된다.

이런 임원 얻기는 훌륭한 개발자 얻기보다 훠얼씬 더 어렵다.

수백배 어렵다.

사업이 안정화 단계로 가기 전부터 CEO 는
이런 사람을 얻기 위해 동분서주해야 한다.

 

대부분 대기업으로부터 스카웃을 하는데,

잘못 스카웃 하는 케이스도 많아서 사업이 망가지기도 한다.

 

Level 5. 매각, 합병단계

1년 정도 곁에서 지켜본 건 한 번.
1년 정도 그런 사람과 일 해 본 건 한 번.
10억 정도 스톡옵션을 제안 받았던 건 한 번.
지인이 부자된 걸 지켜본 건 두 번.

직접 매각을 해본 건 아니지만,
바로 옆에서 지켜본 적은 꽤 된다.

그게 무슨 소용이냐 하겠지만,
가까이서 전체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행운이다.

적어도 거짓말은 식별할 수 있게 된다.
어떤 게 팔리고, 어떤 게 안팔리는지도 알게 된다.

 

꽤 중요한 시사점이 있다.

- 돈이 바라보는 사업은 개발자가 보는 것과 다르다.
- 돈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회사가치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 사업은 돈을 벌지 못하면 말짱 꽝이다.
- 회사를 파는 과정은 대단한 금융적 작업이다.
- 다양한 조율현장이 있고, 복잡한 셈법들이 충돌한다.
- 회사를 팔기 전부터 그 기준에 맞춰 회사의 모습을 손질해야 한다.

등등등.

두번째라면 능숙하겠지만,

대부분 처음 해보는 분들이다.
처음이라면 당황할 수 밖에 없다.

이 과정에는 엄청난 정신력이 소모된다.
스트레스 때문에 건강이 굉장히 안좋아진다.
어떤 분은 매각 후 유명을 달리 하시기도 했다.

제행무상...
내가 살아야 돈도 가치가 있다.

회사를 내놓으면 시장에 소문이 쫙 돈다.

직원들이 동요하고, 고객들이 동요한다.
그게 두려워서 서두르다가, 헐값에 팔기도 한다.

내가 본 Winner는 오랫동안 느긋하게 매각을 진행한 분이셨다.
매각 명분이 좋아서 직원들의 동요가 적었다.

고객들도 오히려 더 좋아했다.

 

Level 6. (재)투자단계

금융가가 아니라 선배들이 현장으로 돌아 오는
실리콘밸리형 투자 스토리를 만들고 싶었다.

물론 이 일을 하는 분들이 이미 있다.
하지만 절대 수치로는 아주 적다.
나도 이 일을 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막상 해보니 쉽지 않았다.
아직 성공경험은 없다.

대신 적지 않은 스타트업들을 만났다.
허무맹랑한 회사가 참 많더라.
울고 있는 회사도 많았다.
할 수 있는 한 도와주었다.

투자를 공부하면서 뚜렷이 알게 되었다.
"스타트업을 어떻게 꾸며야 상품이 되는지."
"투자시장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어떻게 해야 CEO가 헤매지 않는지"

복잡한 금융작업은 내 분야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뭐가 IT사업인지는 알게 되었다.

덕분에 대박 서비스의 꿈은 버렸다.

하지만 소박 서비스의 꿈은 있다.

제대로 도전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 보잘것 없는 경험이라도 도움이 필요하시다면,

    kimsubo@gmail.com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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